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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계 거목’ 허영 교수 “대통령 탄핵심판서 5가지 허점 드러나” 본문
‘헌법학계 거목’ 허영 교수 “대통령 탄핵심판서 5가지 허점 드러나”
–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절차 매우 까다롭게 살펴야 하는데 ‘국회 자율권’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줘
한국 헌법학의 거목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81)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일의 만장일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허 교수는 2017년 4월호 <월간조선>에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5가지 허점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일반인들은 허 교수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지만, 법률신문은 지난 1월 2일 허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그를 “평생을 ‘국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연구에 매진해 온 학자”라며 “정년퇴임 후에는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을 맡아 헌법재판 연구에 힘썼다”고 소개했다.
또 1971년 독일 뮌헨대학에서 헌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과 우리나라를 오가며 2001년까지 헌법을 가르친 헌법학계의 거목이라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특히 2007년 독일 본 대학교에서 외국인 최초로 받은 명예법학박사를 받았다. 본 대학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번째로 수여한 명예박사학위이기도 했다.
이러한 헌법학계의 거두인 허 교수의 발언은 무게감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월간조선은 “국회의 탄핵의결, 3권분립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조치로 절차적 정당성 확보해야”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6만5000쪽의 사건 기록에서 보듯, 헌법재판소(헌재) 재판관들은 난마처럼 얽힌 사건을 심리(審理)하느라 변론 시간만 84시간50분을 할애했다”며 “헌재는 국회의 13가지 탄핵 사유를 5개의 쟁점으로 조정하며 재판을 진행했으나, 심판을 마친 지금, 헌법과 법률의 미비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조항들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며 허 교수가 지적한 문제점을 소개했다.
월간조선이 지적한 문제점 다섯 가지는 ◇ 국회의 탄핵의결 직후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안보상 위험 ◇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관건 ◇ 헌법재판관 ‘8인 체제’로 판결하는 것은 헌법상 위헌 소지 ◇ 대통령 권한대행의 구체적 권한 규정해야 대통령 유고시 권한 행사 가능 ◇ 부통령제 신설과 단원제 국회의 탄핵소추 문제점 등으로 제시했다.
1) 국회의 탄핵의결 직후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안보상 위험
허 교수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문제는 삼권분립의 정신에 비춰 보면 국회가 삼권 중의 한 축(軸)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대단히 중대한 사태”라며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 절차를 매우 까다롭게 살펴야 함에도 오히려 국회의 탄핵의결을 ‘국회의 자율권’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 준 점이 의문스럽다”고 헌재의 이번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비판부터 내놓았다.
월간조선은 “만일 탄핵을 받아 미국 대통령의 직무가 장기간 정지되어 있는 중에 북한이 남한을 핵공격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면서 “탄핵제도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다. 하원이 대통령을 징계 청구해도 상원의 심판 기간 중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지 않아 대통령은 탄핵을 신경 쓰지 않고 국정수행을 계속하면서 상원의 재판에 대비할 수 있다. 실제로 클린턴은 1년여 탄핵재판 기간 중에 각국 정상을 만나고 백악관에서 대통령 직무를 수행했다. 판결 시까지 무죄 추정하는 미국의 수정헌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다른 미국의 탄핵제도를 소개했다. 직무정지의 위험성과,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시된 이번 탄핵심판은 안보상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
월간조선은 “우리나라 탄핵제도의 모델이라고 할 독일의 경우도, 국회의 고발로 피고발자의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독일은 연방대통령의 탄핵심판권은 연방헌재가 갖고 있으나, 연방헌재가 심리 도중 소추 내용에 상당한 근거가 있어 탄핵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연방헌재가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킨다”며 “우리는 어떤 시점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킬 것인지 독일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월간조선은 “국가(국민) 입장에서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안보에 허점이 생기고 정상외교도 안 되어 국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경제·치안에도 불안이 가중되는 등 국가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생길 것”이라면서 “만일 박근혜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 중에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하거나, 외환위기 같은 환란이 생겼다면, 정상외교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을 것이고, 군 통수권 행사도 효율적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헌재와 법원에도 심리적 부담”이라면서 “대행체제라는 비상체제는 법원으로서도 하루 빨리 재판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도 키워 ‘졸속재판’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자칫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갖는 측이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촛불시위대는 탄핵 인용을 헌재에 요구하면서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온다”고 압박했다”고도 덧붙였다.
월간조선은 “우리나라는 건국 직후부터 탄핵제도가 있었으나, 미국과는 반대로 법관이 탄핵 고발된 경우는 없었고, 오히려 대통령 두 사람만 국회에서 탄핵 고발을 당했다”면서 “한국의 정치안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원래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의 장기독재를 막기 위해 1987년 헌법이 도입한 것”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의 권위는 떨어지고 국회의 힘이 강해지는 바람에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상황이 되면 대통령을 퇴임시키고, 차기 대통령 선거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수단으로 탄핵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국회에 의한 탄핵의 악용을 우려했다.
2)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관건
허 교수는 이번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심판이 절차상 큰 하자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에 대해선 “법적 성격이 전혀 다른 13개 탄핵 사유에 대해 개별적으로 심의·표결하지 않고, 일괄해 찬성·반대의 양자택일 투표를 한 것은 중대한 적법 절차 위반”이라며 “특히, 이번 탄핵의 논의 과정에서 세월호 부분에 대해 상당수 의원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괄 표결한 것은 표결의 적법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것은 구체적 탄핵 사유를 요구하는 헌법 제65조의 탄핵규정에 맞지 않는 위헌적인 투표이고, 이렇게 되면 투표자의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법적 모순이 생긴다는 것.
김평우 변호사의 국회 탄핵소추의 절차적 하자에 대한 지적이 올바르고 정확한 지적이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헌재는 피청구인 측(대통령 변호인)이 국회의 졸속한 탄핵소추를 입증하는 모든 주장과 증거 제출을 기각했다.
헌재가 제시한 이유는 ▲의결의 절차와 방법은 의회 자율권에 속한다 ▲법무부에서 국회의 의결 절차에 아무 하자가 없다고 유권해석했다 ▲대통령 변호인단 대표변호사(이중환 변호사)와 사이에서 재판 쟁점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등이었다.
3월 10일 선고에서 이정미 재판관은 탄핵소추안의 가결 절차에 대해 “국회의 의사 절차와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상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이에 대해 “국회의 자율권이라는 것이 헌법하에서의 국회 자율권이지, 헌법을 초월하는 자율권은 아니다”면서 “삼권분립의 한 축을 무력화하는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는 절차에 대해 ‘국회 자율권’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헌재의 판결을 비판했다.
허 교수는 이어 “세월호를 비롯해 성격이 다른 사안들이 13개씩이나 뒤죽박죽돼 있는 탄핵 사안을 일괄투표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며 “탄핵에 찬성한 여당 의원들은 세월호 문제가 탄핵 사유에 포함되는 것에 반대했고, 만약 개별적으로 표결을 했다면 탄핵안에서 빠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허 교수는 헌재가 국회의 자율권을 인정하면서 대통령의 업무 재량권은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어쨌든 피소추인인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라면서 “파면당한 분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정정당당하게 검찰이나 헌재에 나와 재단설립의 목적이 최모씨와 사익 추구를 하지 않았다는 것과 국가 문화창달 차원에서 했다고 본인이 직접 강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했더라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헌재는 ‘피소추인(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고 했다”면서 “최소한 헌재에라도 나와 설명을 했더라면 많은 참고가 됐을 것”이라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헌재에 출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였다고 말했다.
3) 헌법재판관 ‘8인 체제’로 판결하는 것은 헌법상 위헌 소지
허 교수는 8인 헌재 평결에 대해선 “박 소장은 당시 나는 퇴임을 하지만 나머지 재판관들이 공정하고 현명하게 심판해서 합리적 결정을 내릴 것이니 국민 여러분은 헌재를 믿고 차분히 기다려 달라는 것으로 끝을 맺었어야 했다”고 박한철 전 헌재소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의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심리한다’는 규정은 심리에만 적용되고, 평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헌재는 2014년 4월 24일 대통령 탄핵심판은 9명 헌법재판관 이름으로 선고돼야 하고, 만일 8명 또는 7명 이름으로 선고되면 이는 헌법상 하자 있는 결정이라고 판결했다(‘2012헌마2 결정8인 헌재 평결’).
국회도 8인 또는 7인 헌재의 위헌성을 인식하고, 2016년 12월 21일 ‘의안 제4543호’로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한 재판관은 그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하여 직무를 수행한다’는 임기연장 조항을 헌법재판소법 제7조 제3항으로 신설하기로 했고, 이에 대해 헌재의 의견도 들었다고 한다.
허 교수는 “2012년 헌마2사건(퇴임 재판관의 후임자 선출과 관련된 위헌확인 헌법소원)에서 이 사건의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세 분의 재판관과 얼마 전에 퇴임한 박한철 소장이 ‘8명의 재판부에 의한 평결에 대해 법률에 의한 재판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렸었다”고 했다.
이정미 재판관은 이 부분에 대해 결정문에서 “8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해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재로서는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당시 박한철 소장은 나머지 재판관들의 의견을 구해 대통령 권한대행과 대법원장에게 빨리 후임을 임명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어야 했다”면서 “그랬더라면 황교안 대행과 양승태 대법원장은 부랴부랴 서둘러 후임을 임명했을 것이고, 야당도 탄핵심판 절차를 일시 정지한다는 데 무조건 반대만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허 교수는 이어 “이정미 재판관은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이라고 했는데, 납득하기 어려웠다”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을 해 주어야 하는 유일한 헌법기관인 헌재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소장 임명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하면 도대체 헌재는 왜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이정미 재판관을 비판했다.
허 교수는 탄핵심판을 헌재가 아닌 국회에서 하는 것에 대해서는 “헌재를 없애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면서 “헌재는 1987년 헌법을 개정해 도입하면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국민들은 조금이라도 기본권이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면 헌재로 갈 만큼 현행 헌법에서 가장 성공한 헌법기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지금처럼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하되, 대통령 탄핵심판과 같은 고도의 정치적 사안은 국회의 소추 절차부터 엄격하게 규정해 정치적 외압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국회 탄핵소추의 절차적 엄격성을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 대통령 권한대행의 구체적 권한 규정해야 대통령 유고시 권한 행사 가능
허 교수는 “현행 헌법에는 대통령 궐위 시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고만 돼 있을 뿐,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여부는 명시돼 있지 않다”며 “현행 국무총리 제도하에서 대통령 궐위 시를 대비해 국무총리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구체적 권한 범위를 규정해 두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5) 부통령제 신설과 단원제 국회의 탄핵소추 문제점
월간조선은 “이번 탄핵심판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로 대통령의 직무가 갑작스레 정지되자 헌법상 부통령제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원래 대통령 책임제를 하는 나라는 미국처럼 부통령을 둔다. 부통령을 두면, 대통령의 사망 또는 하야하거나 탄핵되더라도 부통령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승계하므로 특히 남북이 대치하는 우리의 상황을 볼 때 안정적으로 정부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부통령제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 교수는 이에 대해 “옛날 군사통치 시대부터 ‘방탄총리’로 내려온 국무총리 제도를 유지하다 보니, 황교안 총리가 애를 많이 썼지만, 야당도 인정하지 않는 등 레지티머시(Legitimacy·정당성)가 약해 어려움이 많다”면서 “다음 개헌 때는 꼭 부통령제를 마련할 필요를 느낀다”고 했다.
월간조선은 “한국은 1987년 헌법개정 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시행하면서 부통령제를 두지 않는 큰 실수를 했다”면서 “대통령이 유고시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승계할 부통령이 없다. 그래서 헌법(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사망, 하야나 탄핵된 후 60일 내에 서둘러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했다”고 한국은 부통령 승계가 아닌 60일 내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는 특수한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간조선은 “한국과 달리 남미 등은 대부분 양원제(兩院制) 국회이다. 따라서 탄핵소추를 하려면 상·하원에서 모두 탄핵이 가결돼야 한다. 대통령의 직무는 그때야 비로소 정지되는 게 보통”이라고 소개했다.
또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 결의에 대해 법원에 취소 판결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상·하 양원의 결의를 받아야 하므로 탄핵절차는 아무리 빨라도 수개월이 걸린다.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이 그 예”라고 브라질의 탄핵제도를 소개했다.
이어 “프랑스는 1968년 개헌을 해 우리의 헌재에 해당하는 헌법위원회(Conseil Constitutionnel)에서 사전·사후 법률심사권을 부여했다”면서 “그러나 프랑스는 대통령 탄핵 사건을 헌법위원회가 아닌 상·하원에서 맡는다”고 프랑스의 탄핵제도도 설명했다.
허 교수는 “상·하원에서 각각 재적의원 4분의 1이 발의해 3분의 2로 대통령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며 “탄핵심판은 상하 양원에서 각각 11명씩 22명으로 ‘하이코트’를 구성해 공정성을 기한다”고 했다.
월간조선은 미국의 탄핵제도에 대해선 “미국은 탄핵 절차가 의회에서 끝나는데, 하원이 고발하고 상원이 판결한다. 법리(法理)는 주로 하원에서 검토하고, 상원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과연 미국 국익에 맞는지를 판단한다”면서 “존슨 대통령의 경우나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 심의하는 데 약 3개월 가까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단원제(單院制)여서, 양원제처럼 상호 견제하거나 재고할 기회가 없다. 이번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도 국회에서 2016년 12월 3일 소추안이 발의됐고, 불과 엿새 만인 12월 9일 의결됐다. 탄핵소추안을 두고 치열한 토론도 거치지 않았고, 국회의원들의 찬반 표결이 전부였다.
허 교수는 “헌법 제89조는 국무회의 심의 항목을 규정하고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국무회의를 중심으로 비선을 차단하고 국정을 살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허 교수는 그러나 “현재의 헌법재판관들이 2014년 ‘9인 재판이 합헌’이라고 판결을 한 사람들이고, 삼권분립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가 이렇게 허술하게 이뤄져도 괜찮은지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며 “이번 탄핵은 국회, 언론, 대통령 변호인단, 대한민국 법제도의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했다.
허 교수는 마지막으로 “대의민주주의의 첨병인 국회의원들은 국회의 탄핵소추를 의결해 헌재로 넘겼으면 광장에 나타나선 안 된다”며 “촛불과 태극기를 부추기는 그분들 스스로 대의민주정치, 헌법정신을 어긴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탄핵 대상”이라고 했다.
허 교수는 지난 1월 2일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탄핵심판 절차도 형사소송 절차와 비슷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충분한 방어권을 줘야 한다”면서 “대통령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증거에 대해서는 검증해야 하고, 그 절차가 얼마나 걸릴 것인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데, 여론에만 편승해 빨리빨리만 강조해서도 안 된다. 신중하게 그러나 속도감 있게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방어권과 신중한 재판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또 “법정신에 따라 해야 하는 게 재판이다. 여론에 편승해서 할 수 없다. 그걸 지키지 않으면 재판이 아니라 인민재판”이라면서 “국민은 마음 급하게 생각하지만 어차피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돼 있는 상태이니 기다릴 것은 기다려야 한다. 빨리 인용하라는 쪽이나 기각하라는 쪽이나 사회를 양극화 시키는 것은 국익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헌재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심판할 것과 그런 헌재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었다.
허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하야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던 지난해 11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하야 주장은 무책임하다. 대통령이 그 말에 따라 하야한다면 대통령도 대단히 무책임한 것이다. 대통령은 사태를 수습해서 혼란을 정리하고 총리 중심으로 국정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당장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 있는 한미 동맹 관계도 조율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검찰 수사 결과 헌법과 법률을 어긴 게 명백히 드러나면 그때 대통령이 결단해야 된다”며 “(시민과 여야 모두) 헌법 테두리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야당이 정말로 헌법질서를 무시하고 위법을 했다고 판단한다면 지금처럼 ‘물러나라’고만 얘기할 게 아니라 정식으로 탄핵심판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지금 같은 정치 상황에서 20만∼30만 명이 모여서 시위하고 물러나라고 해서 대통령이 물러나면 앞으로 누가 하더라도 견디지 못한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물러나라고 해서 물러나는 자리가 아니다”고 대통령직의 엄중성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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