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새롭게 발의할 국정원법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국정원법 전부 개정안(2건), 국정원법 일부 개정안(6건), 국정원 직원법 일부 개정안(5건) 등 총 13건의 국정원 관련법의 골자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국정원법 전부 개정안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2017년 6월 27일 발의한 진 의원이 내놓은 전부 개정안 내용의 골자는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국가안전보장과 남북통일을 위한 국내 보안정보 및 해외정보의 수집과 국가 기밀에 속하는 사항에 대한 보안 업무로 한정하고, 기관의 명칭을 한정된 직무 범위에 부합하도록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진 의원 측은 “정보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정보기관 본연의 직무수행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국가정보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국정원 저격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직원들에게 직접 국내 정치 개입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국정원 내부 자료를 입수해 폭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전북 순창 출신인 진 의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여성인권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2017년 7월 5일 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진 의원의 발의안과 거의 같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국가정보원의 명칭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천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진 의원과 같은 민변 출신이다.
내부고발자 보호한다는 내용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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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2017년 5월 8일 오후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
2016년 12월 29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부 개정안의 골자는 ‘국정원장에 대한 임기제와 국회의 임명동의권을 도입하여, 야당도 동의할 수 있는 정치 중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인물이 국정원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하고, 임명 후에는 임기를 보장받으며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과 가까운 사이다. 그는 손 고문의 싱크탱크 격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같은 날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제출한 일부 개정안의 주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정원의 운영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국가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밀이 아닌 사항에 대한 예산심사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의결로 이를 공개하도록 하여, 국회 차원에서 국정원의 활동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국정원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려 함.〉
김 의원은 청년비례대표 제도로 의원직에 선출됐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9월 5일 대표 발의한 법안의 골자는 ‘공익 차원의 제보를 한 국정원 직원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보호를 받도록 하며, 공익침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직원이 공익신고를 하지 않거나, 공익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 또는 취소를 강요한 직원을 처벌하는 것’이다.
작년(2017년) 초 미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통신 감청을 폭로했던 전 정보기관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화를 다룬 영화 〈스노든〉이 공개된 뒤 논란이 일었다. 스노든에 대해 ‘영웅주의에 빠져 세계를 테러 위험에 노출시킨 배신자’라는 시각과 ‘위험을 무릅쓰고 정보기관의 잘못을 알린 내부고발자’라는 시각이 엇갈린 것이다. 어느 나라나 비밀 업무를 수행하는 정보기관 내에서 벌어진 일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정보기관 직무지침의 ABC다. ‘공익’을 위한 폭로가 ‘국익’에 반하는 배신이 될 수도 있다.
이 의원은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1985년 11월 민정당 중앙정치연수원 점거 농성을 하다 구속돼 수감생활을 했다. 1987년 6·29선언 이후 특별사면으로 출소했고, 2001년 4월 민주화운동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명예회복 대상자로 선정됐다.
2017년 11월 22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일부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국정원은 미리 기획하거나 예견할 수 없는 비밀활동비는 총액으로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 구체적인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는다. 업무의 특성상 정보공개의 범위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사정이 충분히 인정되지만, 투명성을 위해 차제에 국정원 예산 자체를 ‘국가재정법(國家財政法)’에 맞춰 편성, 심사하도록 한다.〉
김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뿐만이 아니라 DJ, 노무현 정부를 막론하고 국정원 예산이 관행적으로 권력에 유착하여 사용되어 온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정황이 있었다”며 “국정원 특별활동비를 포함하여 예산의 세입, 세출 근거를 국가재정법 절차에 따라 수립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건설 노동자 출신의 김 원내대표는 27세이던 1983년 중동 근로를 자원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년간 일했다. 이후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한국노총 사무총장이던 2002년 노사정 협의에서 노동계 대표로 ‘주5일제 근무’를 관철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서울시 의원(1998~2002년)으로도 활동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강서 을에서 당선됐고, 이후 같은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2017년 11월 24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제안한 일부 개정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 수사 등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므로 그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권력남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 때문에 정보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국정원에 대한 견제와 통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함. 국정원장은 국회 또는 감사원으로부터 자료제출, 증언 또는 답변을 요구받았을 때 응하며, 국가 기밀 사항과 관련된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즉시 보고해야 함.〉
이 의원은 안철수 대표의 복심(腹心)으로 꼽힌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이 의원은 2012년 대선 때부터는 안 대표를 도왔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8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국정원 직원 뽑을 때 ‘사상이 건전’ 임용 규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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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국정원 직원법 개정안에는 ‘사상이 건전하고, 품행이 단정하며 신체가 건강한 사람’으로 규정한 임용 규정을 삭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2016년 12월 6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정원 직원법 일부 개정안의 골자는 사회적으로 용모, 품행 등 측정이 어렵고 주관적인 판단에 좌우되기 쉬운 사항을 채용 기준으로 명시하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만큼 ‘사상이 건전하고, 품행이 단정하며 신체가 건강한 사람’으로 규정한 임용 규정을 삭제한다는 것이다. 부산 연제구를 지역구로 둔 김 의원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에도 부산지방변호사회에서 활동한 부산 토박이다. 사법연수생 시절 법무법인 부산에서 시보로 일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17년 6월 27일 진선미 의원과 2017년 7월 5일 천정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국정원장의 허가 없이도 국정원 직원이 국회에서 증언 또는 진술할 수 있도록 하고, 수사기관이 국정원 직원에 대하여 수사하는 때에 그 내용을 국정원장에게 통보하도록 한 규정을 삭제한다.〉
2017년 7월 10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개정안은 지역 및 학력 위주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 국정원 직원의 인사기록 작성 시 출신 지역 및 학력을 기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법안 분석을 통해 예상해 본 정부 여당의 국정원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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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명칭이 18년 만에 바뀔 전망이다. 사진=TV조선 화면 캡처 |
20대 국회에 제출된 국정원 관련 법안 13건과 국정원이 내놓은 개혁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분석한 결과 향후 정부 여당이 내놓을 새로운 국정원 개정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와 대공수사권 전면 폐지 ▲직무 범위는 국가안전보장과 남북통일을 위한 국내 보안정보 및 해외정보 수집 ▲국정원 명칭 변경 ▲국정원 예산(비밀 활동비 포함) 공개 ▲국정원 직원의 자유로운 증언 ▲‘사상이 건전하고, 품행이 단정하며 신체가 건강한 사람’으로 규정한 국정원 임용 규정 삭제 ▲국정원 직원 비위 감시하는 정보감찰관 신설 ▲국회 정보위원회 권한 강화로 인한 국정원 견제〉
법안을 내놓고 나서 정부 여당은 이렇게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은 국가 안보를 위해 국외·대북 정보 수집은 물론 국내 정보 수집과 국가보안법 등 공안 사건의 수사권까지 보유한 거대한 권력기관이다. 특히 정부기관의 정보·보안 업무에 대한 기획·조정 권한이 있어 다른 정부부처의 상급기관 구실을 해왔다. 하지만 국정원은 막강한 권한을 무기로 정보를 조작·왜곡하고 시민의 인권을 유린·탄압해 왔다. 2013년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또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정안을 처리해 국정원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대공(對共)수사권 이관·폐지는 절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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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폐지 움직임에 대해 서훈 국정원장에게 실망감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컸다. 사진은 서훈 국정원장. |
국정원 수십 년 역사에서 그늘도 많았지만, 안보의 한 축을 맡아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북한이라는 최악의 폭력범죄 집단과 대치 중이다. 김정은은 사무실에 핵 단추가 놓여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전·현직 국정원 간부와 간첩 수사 전문가들이 국정원법 개정안 중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이관·폐지 항목에 특히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년간 대공 파트에서 활동하고 은퇴한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56년간 만들어진 간첩 잡는 시스템을 남북 위기 상황인 지금 허물어뜨리려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통상 3~4년에서 길게는 10년도 걸리는 간첩 수사는 정보와 수사가 분리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 수장이었던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공수사권 폐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국정원의 수사권 필요성은) 국민이 다 잘 알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1차장을 지낸 염돈재 건국대 초빙교수도 “국정원 수사권을 폐지한다면 대한민국 내 간첩과 종북 세력들에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로 6·25 이후 최대 안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국정원의 대공 수사를 무력화시키는 일을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염 전 차장은 “독일의 경우 통일 전 서독에서 활동한 동독 간첩을 약 4000명으로 추산했는데 통일 후에 알고 보니 3만명이 넘었다”며 “간첩은 고도의 훈련을 받고 은폐해 활동하는 사람들인데 정보 수집과 수사가 연계돼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도 간첩 수사를 했지만, 정치 개입이나 불법 시비가 인 적이 없다”며 “(제도를 없애기보다) 운영하는 사람이 잘하면 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공 수사 전문가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폐지는 북한 간첩들의 활동에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야기다.
“최근 북한 정찰총국이 대외공작망을 85% 증가시키고, 공작원도 35% 증가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 국정원은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여러 형태의 제약으로)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북한 공작망에 대응도 못 하는데 이 와중에 수사권까지 뺏는다는 건 대공 수사 자체를 빈 껍데기, 허상으로 만들려는 것 아닙니까.”
서훈 국정원장에게 실망감을 표시하는 전직 직원도 있었다.
“서 원장은 국정원 공채 출신으로 대공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가 원장까지 된 사람이다. 국정원 대공 파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어떻게 이런 결정(국정원 대공수사권의 이관·폐지)을 내릴 수 있느냐.”
서 국정원장은 28년 3개월간의 국정원 경력 대부분을 북한 관련 업무로 채웠다. 서울 출신인 그는 서울고와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1980년 공채 17기로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에 들어갔다. 대공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가 1996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로 북한 신포 지구에서 2년간 상주한 이후 대북 협상 및 전략 전문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당시 다양한 북측 인사들을 만나 그들의 협상 스타일을 익힌 것이 이후 북한과 협상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됐다고 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이관·폐지될 경우 정보 보안의 문제가 생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에서 수사하는 곳으로 넘겨주는 순간 정보가 새어나간다”며 “다른 건 몰라도 방첩은 한번 새면 첩자들을 전부 놓치게 된다. 공작이 전부 와해해 버린다”고 했다. 한희원 동국대 법학과 교수도 “대공 수사는 일반적인 강도나 살인 사건처럼 생각해서 수사와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정보가 일단 한번 유통되면 간첩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와 반대로 해외 정보기관은 통합 중
정부 여당이 대공수사권을 포함한 국정원 개정안을 처리하려고 하지만 선진국의 움직임은 우리와는 정반대다. 일본뿐 아니라 최근의 각국 정보기관들은 정보의 수집·분석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곳곳에 산재한 정보 수사 기능을 통합하는 추세다. 프랑스는 2008년 국내 정보기관(DST)과 경찰정보국(RC)을 프랑스 정보부(DCRI)로 통합했다. 또한 이스라엘 신베스(GSS), 러시아 정보부(FSB), 중국 안전부(MSS) 등 정보기관들은 모두 방첩(防諜) 수사권을 갖고 있다.
국정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 송봉선 회장의 말이다.
“1970년대 말 일본 경찰청엔 전국에서 의문의 실종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흔한 실종 사건으로 보았고 외무성은 한국 정보 당국이 일·북 관계를 이간질하려고 흘리는 거짓 정보라고 여겼습니다. 치안과 대공 정보를 통합할 당국자가 있었다면 일본은 10년 이상 일찍 북한에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해 더 많은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반성에서 일본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정보기관의 통합·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시청 공안부, 외무성 국제정보국, 방위성 정보본부, 법무성 공안조사청으로 흩어진 조직을 통솔하는 정보기관을 만들어 국가 안보 총괄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직결시키자는 것이죠. 2013년 NSC를 신설했고 지금은 각 조직을 연결하는 기존 내각조사실의 규모를 확대하고 권한도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납치, 핵무기, 미사일 등 북한의 위협이 일본을 이렇게 만든 것이죠. 그런데 한국은 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장이었던 김성호 전 국정원장도 2013년 12월 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정보기관은 지금 통합형으로 가고 있다. FBI도 정보 수집과 수사를 같이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 1차장을 지냈던 전옥현 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21세기 통일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해외·북한 정보의 융합 필요성이 더욱 긴요해진다.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국가 이익 창출을 위해 미국 국가정보국(DNI)처럼 정보 융합 기능을 제고시키는 데 개혁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정원이 국내외 정보기관으로 분리돼서는 안 된다. 세계 70여 개국이 통합형을 가지고 있고, 30여 개국 정도가 분리형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선진국은 정보 융합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거나 통합하는 추세에 있으며, 미·중·일·러 등 강대국은 경쟁적으로 정보기관의 역할 증대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의 정보 마인드로 무장한 수뇌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1973년 10월 전쟁 패배 위기나 9·11 테러 같은 정보 실패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한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그 기저에는 국민의 엄중한 채찍과 함께 끊임없는 성원이 있었다. “정보기관은 혐오스럽지만, 국정 운영의 필수적인 기관”이라고 한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
국회 처리는 힘들 듯
과연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는 국정원법 개정안은 통과할까. 국회법상 상임위원 4분의 1의 동의로 상임위 개회 요구는 가능하지만, 위원장은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 국정원법 개정안의 관련 상임위원회인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소속 강석호 의원이다. 위원장이 상임위 개회를 거부할 경우 여당 간사가 위원장 직무를 대행할 수는 있다. 이럴 경우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 등 전면적인 대여 투쟁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을 간첩을 못 잡는 기관으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며 “자, 선진화법 때문에 강압적인 저지를 하면 처벌받는다고 하는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전부가 몸으로 점거해서라도 폭주를 막겠다”고 했다.
여당이 해당 상임위에서 재적 5분의 3 동의를 얻어 ‘신속 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하는 길은 있다. 그러려면 국민의당·정의당은 물론 바른정당 동의까지 받아야 한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대공수사권의 이관·폐지를 중심으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해 “소는 누가 키우느냐는 말이 있듯이 간첩과 테러범은 누가 잡는가”라며 “국내 정치 개입과 특수활동비 전용이 문제인데 엉뚱하게도 대북 수사권을 스스로 폐기하겠다는 것을 대책이라고 내놨다. 진단과 처방이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국회법에 따르면 직권상정 요건은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등으로 제한된다.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손을 잡고 과반수를 확보하더라도 보수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국회 처리는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