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인터뷰(11월 1일)를 한 ‘391 흥진호’의 선원 A씨와 《한국일보》와 인터뷰(11월 2일)한 ‘391 흥진호’ 선장 남모씨의 얘기는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 먼저 《중앙일보》는 선원 A씨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도했다.
〈북한 조사관들은 선원들을 허름한 숙소(여인숙)에 수용했다. 방 1개에 두 명씩 감금한 뒤 차례로 한 명씩 조사했다. 개인 신원과 조업 경위, 북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넘게 된 경위 등을 물었다. 조사과정에서 가혹 행위나 월북 권유 등은 없었다.
북한 조사관은 선원들이 반복적으로 여러 차례 진술서를 쓰게 했다. ‘북 해역에 침범해 잘못했다’ ‘송환시켜주면 다시 침범하지 않겠다’ ‘북 체류기간 처우에 감사한다’는 내용 등이었다.〉
선원 A씨는 북한 원산 억류 당시 우리의 여인숙과 같은 '허름한 숙소'에 수용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조선일보 |
선장은 “12층짜리 원산 동명호텔에 억류됐었다”고 주장
《한국일보》는 선장 남씨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남 선장과 선원 등 10명은 지난달 21일 오전 1시30분 북한 경비정에 나포돼 같은 달 27일 오전 흥진호에 탑승해 귀환할 때까지 원산항 인근 12층짜리 동명호텔에 억류됐다.
(중략)
조사는 23일 아침부터 시작됐다. 북한 측은 10명 모두에게 백지와 볼펜을 주고 지난달 7일 제주도를 출항해 울릉도를 거쳐 나포될 때까지 진술서를 작성토록 했다.
남 선장은 “옆방에 조사관이 있다가 숙제 검사를 하듯 진술서를 검토한 후 잘못을 지적해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또 “북측 조사관은 진술서 곳곳에 ‘우리가 북조선령에 들어온 것을 사죄하고 관대한 용서를 바랍니다. 같은 민족끼리 용서를 구합니다. 빨리 우리를 되돌려 줬으면 합니다’라는 문구를 쓰도록 강요했다”며 “영구 억류 목적으로 쓰라고 하는 것 같아 겁이 났다”고 회상했다.〉
원산 동명여관의 외관이다. 사진=평화문제연구소 |
동명호텔은 식당과 각종 편의시설 갖춘 우리의 3성급 호텔과 비슷
두 기사에 따르면 선장 남씨와 선원 A씨의 증언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동소이하다. 단, 이들이 북한 원산시 억류 당시 과연 같은 숙소에 있었는지는 확인해야 할 게 있다.
앞서 A씨는 ‘391 흥진’호 선장과 선원들이 수용된 시설을 우리의 여인숙과 같은 ‘허름한 숙소’라고 표현했다. 선장 남씨는 12층짜리 동명호텔에 억류됐다고 주장했다.
남씨가 얘기한 동명호텔은 북한 강원도 원산시 송흥동 원산만 해변에 있는 ‘동명여관’이다. 구글 검색 등을 통해 확인한 동명여관의 모습은 누가 봐도 우리의 호텔과 같은 외관을 하고 있다.
원산 동명여관의 내부 모습이다. 사진=트립어드바이저 |
북한 인문지리 데이터베이스 ‘북한지역정보넷’에 따르면 동명여관은 특등실 1개 1등실 1개 2등실 1개 3등실 15개 4등실 45개 등 63개 객실을 갖추고 있다. 호텔 내부엔 로비, 영화관, 상점, 탁구장, 당구장, 식당을 비롯한 편의 시설도 있다. 국내 호텔 등급 심사 기준에 따르면 원산 동명여관은 우리의 3성급 호텔에 해당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앞선 선장 인터뷰에 따르면 ‘391 흥진호’ 선장과 선원들이 묵었던 방 욕실엔 욕조와 샤워기가 있어 욕실이나 화장실 등을 공동으로 쓰기도 하는 여인숙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선원 A씨는 동명여관을 하룻밤 숙박비가 1~2만원에 불과한 여인숙과 같은 ‘허름한 숙소’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동일한 장소에 머물렀던 선장 남씨와 선원 A씨가 얘기는 왜 다른 것일까.
원산 동명여관 객실 내 화장실이다. 욕실과 화장실이 공용인 경우가 많은 여인숙과 달리 방마다 욕조와 샤워기가 있다. 사진=트립어드바이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