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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 / 리 소테츠 류코쿠大 교수] “김정은 대(代)에서 北 붕괴할 것... 최룡해, 쿠데타 일으킬 힘 가져”'김정일 전기: 김정은 체제 왜 붕괴되지 않는가'의 저자... “해상 봉쇄, 북에 가장 큰 고통 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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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 / 리 소테츠 류코쿠大 교수] “김정은 대(代)에서 北 붕괴할 것... 최룡해, 쿠데타 일으킬 힘 가져”'김정일 전기: 김정은 체제 왜 붕괴되지 않는가'의 저자... “해상 봉쇄, 북에 가장 큰 고통 줘”

j.and.h 2018. 2. 6. 21:28
[주목 이 사람 / 리 소테츠 류코쿠大 교수] “김정은 대(代)에서 北 붕괴할 것... 최룡해, 쿠데타 일으킬 힘 가져”'김정일 전기: 김정은 체제 왜 붕괴되지 않는가'의 저자... “해상 봉쇄, 북에 가장 큰 고통 줘”

글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대륙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중국이 지금 한국을 우습게 보는 건 일본과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과 가까워지면 한국을 두려워하게 돼 있다. 한·일이 힘을 합쳐 중국에 대적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한국인들은 외교적 실리보다 감정이 앞선다"

한국인 아버지를 둔 일본 국적 북한 전문가 리 소테쓰 류코쿠大 교수. 사진=허윤희 조선일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편입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한국이 해양 세력으로부터 떨어져 중국에 편입되겠다는 방향을 보여준 것이다. 당장 5년, 10년에는 결과가 드러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굉장히 우려된다."
      
리 소테쓰(李相哲) 일본 류코쿠대학 교수는 최근 일본 현지에서 가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싼장(三江) 평야 북부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인 아버지를 둔 조선족 출신이다. 경북 포항 출신인 아버지가 만주로 떠나지 않았다면 그의 한국식 이름 '이상철'이었을 것이다.
       
리 교수는 베이징 중앙민족대학을 졸업하고 1987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조치(上智) 대학 대학원에서 신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왜 일본 국적을 얻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우리(조선족)는 원래부터 국적이 불분명하지 않나. 국적은 큰 의미가 없다. 그저 지구인일 뿐"이라고 답했다.
        
리 교수는 지금도 북한에 친척이 있는 주민들에게서 이런저런 소식을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첩보보다 더 중요한 건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퍼즐처럼 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모택동 어록을 암기하며 자랐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의 본질이 훤히 보인다"는 그는 "두 딸이 중국에서 자라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허윤희 기자는 지난달 18일 일본 현지 시가(滋賀)현에서 그를 만나 북한 문제에 관한 전반적인 얘기를 들었다.
         
리 교수는 2014년 12월부터 2년간 산케이신문에 '비록(秘錄) 김정일'을 연재했다. 이를 묶어 책으로 냈는데 국내에는 작년 3월 '김정일 전기: 김정은 체제 왜 붕괴되지 않는가'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리 교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단일팀 구성 등 일련의 화해 무드에 대해 "한국이 개최하는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선전장이 돼 가고 있다. 미녀 응원단이 또 온다는데, 한국인들은 2003년 김정일 사진 붙들고 '장군님이 비를 맞고 계시다'며 울던 그들의 실체를 이미 충분히 봤지 않나. 북한은 지금 한국을 갖고 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걸 알면서도 끌려간다"고 답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결국 김정일 체제의 연명에 기여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공적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니 개인적으로는 밑진 장사가 아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재임 중 실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듯하다. 그의 책이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대북 교류를 활성화하면 북한도 변하고 경제 교류를 확대하면 핵 문제도 해결되리란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힘. 그들은 총구에서 권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힘이 그들의 존재 의미다. 그 힘의 원천인 핵을 어떻게 버리나. 둘째, 그들은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다. 김정일 시대인 1990년대에 북한 주민 300만 명이 죽었다. 북한 공식 발표는 60만 명인데 그렇게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셋째, 그들은 약속을 안 지킨다. 김일성이 빨치산 출신인데, 빨치산은 정규군하고는 절대 안 싸운다. 돌아다니다 가장 약한 고리를 만나면 치고 달아나고, 힘이 빠지면 얘기하자고 시간을 벌면서 뒤에서 전쟁을 준비한다. 지금 북한이 하는 짓과 똑같다."
      
조선족 마을에서 평양 방송을 듣고 자란 그에게 북한은 너무 가까운 존재였다. 애초 연구 대상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전환점이 된 것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다. 그는 처음부터 햇볕정책에 회의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햇볕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김 전 대통령 본인은 노벨상을 탔지만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지도자로서는 실패했다"며 "북한의 본질은 하나도 안 변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김정은이 어린 나이에 권력을 잡고 예상과 달리 북한 정권을 장악한 데 대해 ‘김정일의 공’으로 돌렸다.
   
"지금의 북한 체제를 만든 건 김정일이다. 김정일은 고등학교 때부터 정치에 참여했고, 1964년 대학 졸업 후엔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1982년이면 김일성은 이미 허수아비 상황이다. 독자적인 세습 왕조와 정교한 개인숭배, 선전 기술은 모두 김정일에 의해 구축됐다. 이렇게 만든 시스템이 아직 작동하는 거다."

        

그는 “지금은 괜찮지만 한계가 오면 툭 끊어질 거다”며 “소프트 랜딩은 없고 하드 랜딩, 즉 김정은 대에서 붕괴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 내에서 쿠데타가 발생한다면 최룡해에 의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대북 기조를 조금만 더 유지했어도 무너지게 돼 있었다. 요즘 북한 간부들이 절망하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과거에는 중국과 비즈니스 하면서 간부들이 중간에서 가로채고 나머지를 상납했는데, 지금은 돈줄이 다 끊겨서 앞이 안 보인다는 거다. 최룡해가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됐다는 게 최근 공식 확인됐는데,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조직지도부장은 김일성 때는 동생 김영주, 김정일 때는 김정일 본인이 했고, 김정일 사후 2014년 4월까지는 김경희가 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정·군 모든 권력기구를 사찰할 수 있는 핵심 자리다. 최룡해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거다. 북한 내부 절망이 큰 상황에서 최룡해가 나서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그는 북한이 개방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며 “개방하면 자본주의 '균'이 들어가고 체제가 무너지는데 그런 개방은 절대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리 교수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이런 견해를 내놓았다.

  

"미국이 북한 체제를 용납하거나 힘으로 해결하거나 두 가지 길이 있다. 이번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미·일 등 각국 외교장관들이 해상 차단을 합의했다. 해상 차단이야말로 북한에 가장 큰 고통을 준다는 게 북한 내부에서 나오는 얘기다. 지금 북한은 물자를 거의 밀수로, 배를 통해 들여온다. 이 해상 차단 단계에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리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친중국 노선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친한) 대륙 국가였지만, 근대 이후 잘살게 된 건 미국·일본·유럽 등이 속한 해양 국가로 방향을 전환하면서부터였다. 그런데 지금 문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대륙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중국이 지금 한국을 우습게 보는 건 일본과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과 가까워지면 한국을 두려워하게 돼 있다. 한·일이 힘을 합쳐 중국에 대적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한국인들은 외교적 실리보다 감정이 앞선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에 편입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하는 것은 한국이 해양 세력으로부터 떨어져 대륙, 정확히 중국에 편입되겠다는 방향을 보여준 것이다. 당장 5년, 10년에는 결과가 드러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굉장히 우려된다.“
        
정리=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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