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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서울 집값이 도쿄보다 1.4배나 비싸다"… '헬조선' 분노 부른 與의원 발표는 엉터리

j.and.h 2017. 11. 22. 12:17
[팩트 체크] "서울 집값이 도쿄보다 1.4배나 비싸다"… '헬조선' 분노 부른 與의원 발표는 엉터리

장상진 기자2017.11.22 02:18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박광온 의원실은 지난 19일 '서울 주택 중위 가격이 일본 도쿄나 오사카보다 1억2000만~2억3000만원 비싸고, 미국 워싱턴DC·뉴욕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관련 기사는 이날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읽은 뉴스가 됐다. 이를 본 청년과 무주택자들은 분노했다. 댓글 코너에는 '역시 헬조선' '이게 나라냐' 등의 탄식 수천개가 달렸다. 하지만 기사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여럿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국회 입법조사처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보도 자료의 출처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의 통계 자료였다. 그러나 박 의원 자료는 원본 자료와 차이가 많았다. 원본의 '도쿄·요코하마'를 박 의원은 '도쿄'로, '뉴욕, 뉴욕(州)-뉴저지-펜실베이니아'를 '뉴욕'으로 각각 고쳐놓은 것이다. 행정구역상 도쿄도(都)는 23개의 구(區)와 26개의 시(市) 등으로 구성되며, 면적이 서울의 3.6배 수준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쿄'는 이 중 23개구를 지칭한다. 이런 식으로 광범위한 주변 지역을 포함한 통계이기 때문에 외국 대도시 집값은 실제보다 크게 낮은 것처럼 보인다.

원본 자료에는 '이 데이터는 대도시권 주택 시장 전체를 아우른 것으로, 뉴욕의 경우 도심으로부터 약 120㎞ 떨어진 곳까지도 포함됐다'는 설명이 있었고, 이를 해당 자료의 '중요한 특징(important distinction)'이라고 강조까지 해놨다. 그러나 보도 자료에는 이런 설명이 하나도 없었다.

원본 자료에 서울 집값은 없었다. 다른 도시처럼 서울에서 반경 120㎞까지를 '서울권'으로 상정하면 강원 인제군, 충북 진천군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박 의원 측은 '서울 시내'에 한정한 집값을 가져다 썼다. 그 결과 서울 집값이 일본 도쿄의 1.4배, 오사카의 2.2배라는 내용이 나왔다. 이런 왜곡 탓에 서울 집값은 세계 경제 수도(首都)라는 뉴욕과 비슷해졌다.

실제 국가 간 집값 절대치 비교는 쉽지 않다. 나라마다 주된 주택 형태가 다르고, 통계 분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교 가능한 통계로 보면 작년 기준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2131만원이었고, 도쿄 23구 내 분양 아파트는 3263만원(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이었다. 뉴욕시의 경우 5개 행정 구역 중 가장 집값이 비싼 맨해튼과 서울 25개구 중 역시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 가격을 비교하면 맨해튼은 310만달러(34억원·콘도미니엄 기준·포천 보도)이고 강남 4구는 11억4138만원이다.

박 의원 측은 20일 본지 취재에 "행정 구역 표기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21일까지 자료 정정 등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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