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해상서 22명이 탑승한 낚싯배가 유조선과 충돌하며 전복됐다. 3일 오전 6시12분쯤,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9.77t 규모 낚싯배 '선창 1호'가 급유선(336t)과 충돌해 전복됐다. 사고 당시 '선창 1호'엔 선원 2명과 낚시꾼 20명을 포함해 22명이 타고 있었다. 해양경찰은 이 중 20명을 구조해 육상으로 이송했지만, 2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사망자는 13명이며 생존자는 7명이다.
청와대, 문재인이 낚싯배 선창 1호 구조·수색 지시 내리는 영상 공개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
청와대는 사고 발생 49분 뒤인 오전 7시1분쯤, 최초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해경·해군·어선 합동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라고 지시하는 등 구조를 진두지휘했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선창 1호 전복 사고'와 관련해 지시를 내리는 동영상을 공개하고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 국가위기관리센터 지시사항]
문 대통령이 현 상황과 관련하여 두 차례의 전화보고와 한 차례의 서면보고를 받고, 필요한 조치를 지시한 후 9시25분 위기관리센터에 직접 도착하여 해경·행안부·세종상황실 등을 화상으로 연결하여 상세보고를 받고 9시31분 다음과 같이 지시하였다.
1. 현장의 모든 전력은 해경 현장지휘관을 중심으로 실종 인원에 대한 구조 작전에 만전을 기할 것.
2. 현재 의식불명의 인원에 대해 적시에 필요한 모든 의료조치가 취해지길 당부함.
3. 현장의 선박 및 헬기 등 많은 전력이 모여 있는데, 구조 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것.
4. 신원이 파악된 희생자 가족들에게 빨리 연락을 취하고, 심리적 안정 지원과 기타 필요한 지원사항이 있는지 확인 및 조치할 것.
5. 필요시 관련 장관회의 개최를 행안부 장관이 판단할 것.
6. 현장 구조작전과 관련하여 국민들이 한 치의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론에 공개하여 추측성 보도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
문 대통령은 이에 더해 "지금 현재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그래도 정부가 추가로 지원할 것이 있으면 현장에 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건의할 것"을 김부겸 행안부 장관에게 지시했고, "실종자 3명이 선상 내에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해상 표류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항공기·헬기 등을 총동원하여 광역항공수색을 철저히 할 것"을 해경청장에게 지시했고, "안전 조끼를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므로 아직까지 생존 가능성이 있으니 마지막 한 명까지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대변인 박수현〉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흥진호 실종' 보고된 지 2일 뒤에 관련 사실 알아
대한민국에서 여타 사고가 수없이 발생하고, 사상자도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왜 대통령과 청와대가 낚싯배 전복 사고에 이같이 나서야 하는지 의문이다. 우리 국민 7명을 포함해 선원 10명이 승선한 어선 '391흥진호'가 북한에 나포됐을 때와 대처하는 태도가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동해해양경찰서는 10월 21일 오후 10시31분, 포항어업정보통신국으로부터 391흥진호(선장 등 10명 승선)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은 뒤 '위치 보고 미이행 선박'으로 정하고 수색에 들어갔다. 이후 40분 만인 오후 11시11분 이런 내용을 해군 1함대 사령부에 전파했다. 해군 1함대 사령부는 동해의 경비를 맡고 있다. 391흥진호가 조난과 전복 등 사고뿐 아니라 나포당했을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였다.
경북 울진군 후포항에 정박해 있던 '391흥진호'다. 청와대는 '391흥진호' 때와 달리 이번 낚싯배 전복 사고에는 신속하게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사진=월간조선 |
동해해경서의 보고를 받은 해경 본청은 이튿날인 22일 오전 8시2분 청와대와 총리실·해양수산부·국가정보원·해군작전사령부·중앙재난상황실 등 관계부처에 같은 내용을 추가로 전파했다. 군의 항공 수색, 통신사 협조 등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일본과 러시아·중국 등 인접 국가에도 전화와 공문을 통해 391흥진호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해경은 함정 20척과 항공기 9대를 투입, 동해 인근 해상과 영공을 광범위하게 수색했다. 동해 해상을 지나는 선박에 391흥진호를 발견하면 통보해 달라는 요청도 교통문자방송(NAVTEX)으로 보냈다. 해경이 이처럼 바쁘게 움직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뭘 하고 있었을까.
문재인은 '흥진호 실종' 6일 뒤인 27일에서야 첫 보고받아
11월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해경으로부터 '391흥진호 실종' 관련 최초 보고를 10월 22일에 받았다. 그럼에도 정 실장은 이로부터 2일 뒤인 24일에 알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뒤인 27일에서야 보고를 받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사진=조선일보 |
안보 위기 상황 속에서 북한이 우리 어선을 나포한 바 있는 해역에 나간 선박과의 연락이 끊겨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인데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해경 최초 보고일로부터 3일 뒤에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얘기다. 다음은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문답이다.
〈정용기: 흥진호 나포 사건과 관련해서 해경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22일 08시02분경 해경으로부터 최초 1보를 받은 걸로 돼 있습니다. 보고 내용은 무엇이며, 바로 취한 조치는 뭡니까.
정의용: 보고 내용… 보고 내용은 흥진호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보고 내용이었습니다.
정용기: 조치, 취한 거 없습니까?
정의용: 조치는 저희 위기관리센터에서 그…. 이 위치 파악이 안 되는….
정용기: 실장님, 보고받았습니까? 못 받았습니까?
정의용: 저는 24일 날 보고받았습니다.
정용기: 이틀이나 지나서 받았다고요?
정의용: 그렇습니다.
정용기: 그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지휘하는 안보실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지금 국가 안보 위기 상황이라는 거 인정합니까?
정의용: 인정합니다.〉
정용기, "국가안보실이 제대로 보고했다면 대통령의 '시구쇼' '치킨쇼'는 없었을 것"
〈정용기: 국가 안보 위기 상황 속에 접경 지역에서 10명의 선원이 탄 우리 어선이 실종됐다, 연락이 두절됐다 그러면 '아, 이거 북한에 나포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판단해야 하는 게, 오늘 위기관리센터장 안 나왔지만, 센터장이 해야 되고, 실장님이 보고를 받았으면 당연히 그 판단을 해야 되는 거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아, 내가 왜 그런 걸 고려하지 않았지?' 이런 생각 안 드십니까?
정의용: 어선의 위치는 해상 어선의 위치 보고에만 의존할 수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정용기: 단순하게 어선의 위치가 아니잖아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북한 관련해서 지금 안보 위기 상황이고, 대화퇴 어장은 수시로 북한에 과거에도 나포됐던 전력이 있는 수역에서 통신이 두절됐으니까 하는 얘기지, 제주도 해역에서.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제주도 해역에서 낚싯배 하나만 실종돼도 온 뉴스에, 온 나라에 알려져요. 그런데 이렇게 안 알려진 게 안보실이 얼마나 나태했는가. 자, 그다음에 대통령께 언제 보고했습니까?
정의용: 27일 날….
정용기: 24일 날 실장님 보고받고도 대통령께….
정의용: 그렇습니다.
정용기: 보고를 안 했다는 거 아니에요? 24일 날 보고받았을 때, 22일 날 해경에서 최초 1보가 있었고, 지금 이제서야 실장님께 보고 드립니다 라고 해서 그 내용 알았을 거 아니에요? 며칠째 통신이 두절되고 위험한 수역에서 사라졌는데 대통령께 보고를 안 했다는 말이에요?
10월 25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베어스 대 KIA타이거즈 경기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부인 김정숙씨가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의용: 저희 위기관리센터에서 보고받은 위치는 북한 수역에서 약 200km 떨어진 지역에 있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정용기: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합니까? 제가 말씀드리잖아요? 대화퇴 어장이 어떤 데냐고. 거기서 과거에도 나포된 전력이 있던 데인데. 대통령께 보고 아무튼 27일까지 안 됐다는 얘기입니까?
정의용: 그렇습니다.
정용기: 국민들이 그걸 보고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에요.대통령이 그 기간에 뭐 했습니까? 야구장 가서 한참 연습하고 나서 시구하는 이런 쇼 하고, 치킨 먹는 쇼 하고. 실장님이 제대로 보고했다면 대통령께서 여기 가서 한가롭게 이런 거 하셨겠어요? 나는 설마 문재인 대통령이 그러시진 않으리라고 봅니다.
(후략)〉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