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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대한민국

[김세형 칼럼] 중국夢은 개꿈이다

j.and.h 2017. 12. 20. 23:19

[김세형 칼럼] 중국夢은 개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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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MOU 서명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김세형 칼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한국을 길들이는 정책을 개집접근 방식(dog house approach)에 비유했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꿀 때까지 괴롭힌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개집에 가둬서 벌을 준다. 끝내 거부하면 처벌기간을 둔후 개집에서 꺼내주면 개는 고마워한다는 논지다.
2017년 11월 11일자 기사였다. 그로부터 한 달여 후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주석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지기 몇 시간 전 수행기자 2명이 중국 공안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터졌다.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기 전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3불(不) 외교정책에 대한 소상한 각론을 받지 못한 데 대해 정상회담용 개집(dog house) 전략을 또 한 번 휘두른 것일까. 

전날 13일 밤 행사에서도 사진기자단과 공안 간 충돌 조짐이 있었기에 더욱 의심스럽지만 고의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한국의 대통령 순방단 일행이 폭행당한 사건에 대해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를 망쳤다"고 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중 관계 회복 노력이 사진기자 2명에 대한 폭행 사건으로 큰 손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주요 미국 언론의 보도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신속성에 주목하기 바란다. 서방을 비롯한 전 세계가 이 사건을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다.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중국의 처신은 무엇인지. 격앙된 한국의 정치권이나 네티즌들은 삼전도굴욕(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황제 홍타이지에게 무릎 꿇고 항복한 사건), 중국과 단교를 들먹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나 그 후 행사에서 이 사건을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 측도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 왕이 외교부장 등 누구의 입에서도 공식사과 발언이 없었고 사고를 당한 기자들이 입원한 병원에 문병오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중국 기자들이 맞아 드러누웠다면 분명 사과하러 갔을 텐데 그가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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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지난 14일 오후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인민대회당 내 동대청에서 확대 정상회담 마친 후에는 인민대회당 내 신문반포청에서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합의한 주요 MOU에 대한 서명식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은 이웃나라에 외교차 가서 두들겨 맞은 외교사 전무후무한 봉변을 당한 뒤끝이라 별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트럼프, 푸틴이 이런 사고를 당했다면? 아니, 미국 러시아를 중국이 함부로 못했을 것이고 필리핀 두테르테라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력은 끝이 없다. 

중국은 시진핑의 나라라고 서방 언론이나 한국 특파원들은 표현한다. 21세기 개명천지에 14억 인구를 가진 G2 국가가 특정 개인의 나라라는 게 말이 되냐는 지적은 별개다. 금년 가을 19차 전당대회를 마치는 자리에서 시진핑은 2045년까지 중국은 미국을 군사 경제 면에서 제치고 세계 1등 자리에 오르겠다고 선언했다. 도광양회, 화평굴기를 거쳐 유위분발(有爲奮發)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것이 중국의 꿈, 중국몽(夢)이다. 

중국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 열차를 타고 갈 때 원래 2018년 이전에 세계 1위 국가가 될 것이란 억측이 2010년경에 나왔었다. 그러자 미국에서 하버드대의 조셉 나이(Joseph S. Nye Jr.)가 물었던 것 같다. 중국이 1등이 되려면 경제력 외에 군사력, 기축통화, 국제기구 장악력, 세계적인 대학을 갖고 있느냐? 그런 요소들을 갖췄다 해도 중국에 결정적인 게 없다고 몰아세웠다.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중국을 좋아하는 국가가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베이징이 외국인들이 살고 싶어 몰려드는 메트로폴리탄이냐는 물음이다. 이에 대한 세계인의 답은 노(No)였다. 그래서 중국은 G2라는 용어를 사양했던 것이다. 

이들 두 요소를 줄여서 소프트파워(Soft Power)라고 한다. 더 축약하면 문화다. 

다시 한번 묻자. 중국의 이웃나라들은 중국을 좋아하는가. 중국 문화를 좋아하는가. 그게 달성돼야 진정 중국은 G1이라는 몽(夢)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몽에 다가가기 위한 체크포인트 가운데 물량단위인 경제력, 군사력은 어찌 해본다고 해도 기축통화나 국제기구 장악력은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의 마음을 사야 하는 일이기에 준(準)소프트파워들이다. 그걸 개척해보려고 위안화 국제화,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큰 사업을 들고 나왔다. 한국은 미국 일본 등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에 잘 보이려고(?) 무리하게 두 가지 사업을 적극 밀었다. 위안화 거래소를 서울에 설치해줬다. 일대일로는 이번 문재인-시진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 발표문에 맨 윗줄에 기재한 사항이다. 한국은 한반도에서 전쟁불가를 가장 강조했는데 중국은 자신들의 꿈에 다가가고 싶어 일대일로를 최우선으로 리스트했던 것이다. 그렇게 일대일로를 강조하면서도 베이징에서 서쪽으로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터키 쪽만 바라볼 뿐 동쪽으로 북한까지 아울러 북핵 문제를 풀어내라고 하는 한국의 주장에는 한번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 수년간 미국 눈치를 봐가면서 어찌 북핵 문제를 풀어보려고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 등의 비유를 써가며 눈물나게 노력했다. 중국이 북핵의 고삐를 잡아줄 것을 기대하면서. 끝내 북핵은 완성되고 사드가 성주 롯데골프장에 들어왔다. 중국은 1년 이상 이코노미스트식 표현을 빌리면 사드 보복으로 한국을 개집에 가뒀다 꺼냈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번 사진기자들이 두들겨 맞는 사건이 터졌다. 

영문을 잘 몰랐던 서방국가들은 외교사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이 왜 터졌는지 조사해볼 것이다. 또한 남지나해 인공군사시설 문제로 잔뜩 겁을 집어먹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 나라들인 베트남, 필리핀이 사태가 어떻게 결말 짓는지 예의 주시할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이후 대국답지 못했고 기후협약, 국제무역에서 개방주의자를 자처하는 것은 가면이다. 

지난 10월 31일 한중 간 맺었다는 3불 정책, 즉 사드 추가 배치 금지, 한미일동맹 불가, 미국 MD체제 가담 불허 등도 주권국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이게 나라 관계냐라는 반문이 나올 법하다. 

한중의 역사를 보면 중국은 한국이 정말 어려울 때 형언할 수 없는 멍에를 씌우곤 했다. 병자호란이 끝난 후 정축약조에서 조선의 모든 성(城)의 신축·개축을 금지토록 해 국가를 반신불수로 만들었다. 근대 들어 미국과 통상조약 후 처음으로 1887년 워싱턴에 외교관을 파견할 당시 영약삼단이라는 조약을 강제해 모든 것을 청나라 공사에 보고하고 결재한 후 행동하게끔 똥개훈련을 시켰다. 중국은 이웃나라에 그렇게 강제한 게 400년쯤은 된다. 

올해 중국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중국은 다른나라가 싫어하는걸 강요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번 문대통령정상회담 과정에서 공동성명 생략, 하급관리가 문대통령 공항마중, 대통령의 어깨를 툭친 왕이, 환구시보의 망언, 한중경제인 만남에서 Vice들 내보낸 것, 문대통령 혼밥식사 방관, 그리고 기자폭행,,,대략잡아 8가지 비정상 일들어 연달았는데 확율로 치면 256분의 1이다.
이것이 시진핑 방한시 일어났다고 역지사지해보라. 

그리고 사드보복은 세계사적인 이웃나라 괴롭히기다. 

두 나라가 지향하는 목표점, 가치, 그리고 어려울 때 생사를 무릅쓰고 도와주는 관계일 때 "우리는 공동운명체"라고 말할 수 있다. 한중은 지금 그런 사이인가. 필리핀 베트남 파키스탄 미얀마는 중국을 좋아하고 공동운명체라고 여기는가. 예스이면 중국몽은 가까워질 것이다. 그 반대면 그 꿈은 개꿈이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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