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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문재인 대통령을 ‘변검(變臉)의 달인’이라 부정적 평가

j.and.h 2017. 12. 29. 22:56

중국인들, 문재인 대통령을 ‘변검(變臉)의 달인’이라 부정적 평가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2017-12-29 08:59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왼쪽). photo 연합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ce·THAAD)라는 새로운 미사일 방어체계가 일본과 한국에 배치되면서 중국 가까이로 다가오자 중국인민해방군의 선전 선동 전문가들은 ‘사드’의 중국어 음역으로 ‘사더(薩德)’를 선택했다.
   
   ‘사더(薩德)’라는 단어는 원래 중국인에게 200년 전 활동했던 프랑스의 음란작가 ‘사드(de Sade)’의 이름으로 인식돼 있었다. 1740년 6월 2일 파리에서 출생해 1814년 12월 2일 파리 근교에서 세상을 떠난 사드는 지금까지 인류가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음란한 성행위를 묘사한 ‘소돔의 120일’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중국인들도 이 작품을 통해 ‘사더’라는 인간 말종 같은 프랑스 작가의 이름을 기억했다. 그러니까 ‘사더(THAAD)’라고 하면 인간 정신을 타락시킨 질 나쁜 인간의 표상 ‘사더(de Sade)’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대체 누구의 작품일까. 중국 인민해방군의 선전선동가들은 자신들이 처음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그 성능을 짐작하기 힘든 방어무기 체계인 THAAD를 미군이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배치하려 하자 이미지 나쁜 작가 ‘de Sade(薩德)’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서 ‘사더(薩德)’라는 이름으로 퍼뜨렸다. ‘THAAD(薩德)’의 중국어 음역에 인류 최악의 작가 ‘de Sade’의 이름이 치환돼 들어가는 절묘한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드’는 지금까지 있던 미군의 무기 체계 가운데 자신들을 괴롭히는 가장 질 나쁜 무기 체계로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7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중국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부모 모두를 총탄에 잃고도 난관을 극복해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는 점에서 중국 네티즌은 수많은 ‘박사모’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6억이 넘는 중국 네티즌은 30만개가 넘는 댓글을 달고 그의 새로운 사진을 자기네 블로그와 미니 블로그에 올렸다.
   
   지난해 7월 이후에는 마치 제초제라도 뿌린 듯 댓글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는 정치적 격변이 일어나자 중국인들은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중국인들은 ‘한국판 다캉(達康) 서기’라는 별명을 문 대통령에게 붙였다. 항상 잘 웃고 늘 인민에게 다가가려는 사람 좋은 다캉 지방의 당 서기를 그린 TV드라마에 나오는 배우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하지만 ‘사람 좋은 당 서기’로 불리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들어서는 ‘변검(變臉)의 달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중국 각 지방에는 원대(元代)에서부터 내려오는 전통 오페라가 있다. 베이징(北京) 지방의 오페라를 경극(京劇)이라고 한다면 상하이(上海)에는 호극(滬劇)이 있으며, 쓰촨(四川)에는 천극(川劇)이 중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맥을 이어왔다. 천극의 일부로서 지금도 쓰촨 사람들뿐 아니라 전 대륙의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변검(變臉)’이다. ‘천극지화(川劇之花·쓰촨 오페라의 꽃)’라고도 불리는 변검은 파촉 공연 예술뿐 아니라 파촉 문화의 명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변검이란 천극을 공연할 때 배우가 얼굴에 쓴 중국식 탈 ‘검보(臉譜)’를 극의 분위기에 따라 순간적으로 바꾸는 연출 기법을 말한다. 한마디로 눈 깜박할 사이에 얼굴에 쓴 마스크의 색깔과 모양이 뒤바뀐다. 마스크의 종류는 대체로 20가지가 넘는다. 변검은 천극에서만 독특하게 발달한 연기기술로서 등장인물의 감정 변화와 독특한 개성을 얼굴에 표현하는 얼굴 분장이기도 하다. 이 공연 기법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변검이라는 배우의 서스펜스를 통해 관중을 극 속으로 몰입시키며 오락성과 재미를 한층 고조시킨다. 지금도 변검 공연장 맨앞에 앉아 아무리 눈을 뜨고 지켜보아도 변검 배우는 순간적으로 얼굴의 마스크를 새로운 것으로 갈아 낀다. 변검 배우들의 손놀림이 하도 빠르다 보니 한때 서울을 방문해서 공연을 한 변검 배우의 동작을 TV카메라가 슬로비디오로 찍어 돌려 보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서 얼굴을 바꾸는 것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전통적인 변검에는 크게 말검(抹臉)·취검(吹臉)·차검(扯臉) 세 가지가 있다. 말검은 배우가 분장용 물감을 얼굴의 일정 부분에 여러 겹 덧칠하고 손으로 비벼 얼굴을 다른 색으로 변하게 하는 방법이다. 취검은 갖가지 색의 화장분을 배우가 사용하는 용기나 술잔과 같은 그릇에 담아 무대의 특정위치에 비치해 두고 변검을 할 때마다 눈을 감고 숨을 멈추고 입으로 한 번 힘껏 불어 얼굴색을 변하게 하는 방법이다. 차검은 배우가 비단 위에 그린 몇 장의 검보를 얼굴에 여러 겹 겹쳐 두고 매 장마다 실을 매달아 특정위치에 고정해 두었다가 한 장씩 찢어버리는 방법이다. 이때 배우는 검보를 바꾸는 동작이 관중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변검의 유형으로는 얼굴 전면을 바꾸는 ‘변정검(變整臉)’과 부분적으로 바꾸는 ‘변국부(變局部)’가 있다.
   
   중국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변검의 달인’이라고 부르는 데 긍정적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중국인이 모두 동경하는 변검의 달인 배우 같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얼굴 표정을 바꾸는 데 대가라서 어느 표정이 진짜 표정인지 알 수가 없다”는 뜻으로 ‘변검의 달인’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사드 문제를 처리할 복안이 내게 있다”라고 했다가, 어느 날 밤중에 4기의 사드 미사일 발사대를 추가 배치하도록 결정을 내리는가 하면, 또 어느새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는 없다”면서 3불(不)을 말했다. 이러는 동안 중국인들이 문 대통령을 ‘변검의 달인’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체면(體面)’을 중시하면서 살아왔다. 체면 중시는 우리보다 더하다. 늘상 체면을 바꾸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제일 경멸한다. 중국인들이 우리 대통령을 ‘변검의 달인’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사드란 원래 중국이 간섭할 권리가 없는 우리의 주권 사항에 속하는 건데, 쓸데없이 중국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겠다” “앞으로는 이렇게 할 방침이다” “앞으로 이렇게는 결코 안 하겠다”는 등 불필요하면서도 해괴한 외교적 약속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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