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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대한민국

박찬주 전 대장 "헌병대 지하영창서 적국 포로처럼"…민간법원 첫 출석

j.and.h 2018. 1. 11. 12:34
박찬주 전 대장 "헌병대 지하영창서 적국 포로처럼"…민간법원 첫 출석


공관병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됐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민간법원에 처음으로 출석했다. 박 전 육군 대장은 재판의 위법성을 주장하고,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10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경호)는 특가법 상 뇌물수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전 대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그간 박 전 대장에 대한 재판은 군사법원에서 진행돼 왔으나 대법원이 최근 재판을 민간법원으로 이송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박 전 대장은 고철업자에게 5억원대 돈을 빌려준 뒤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받고, 군 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향응을 받은 혐의(특가법 상 뇌물)로 군검찰로부터 기소됐다. 또 그는 제2작전사령관 재직 당시 모 중령의 인사 청탁을 받고 부하직원을 시켜 보직심의 결과를 변경한 혐의(부정청탁금지법 위반)도 받고 있다.

법정에 나온 박 전 대장은 재판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그는 “군 내부에서는 대장 등 고위 간부가 보직 해임되면 자동 전역된다는 군 인사법 조항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국방부와 군 검찰도 이를 알고 있었을텐데, 나를 정책연수원으로 보임한 뒤 위법적인 수사를 벌여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장 측 변호인은 “군 검찰은 자동전역돼 민간인 신분이었던 피고인을 불법 구금하고 재판권이 없는 군사법원에 공소를 제기했다”며 “대법원 판단으로 이 사건이 민간법원으로 이첩되긴 했지만, 애초부터 위법한 공소제기이므로 심리와 판단으로 더 나아갈 필요없이 공소기각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내용을 미리 받아 검토한 재판부는 박 전 대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당시 국방부는 피고인의 전역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책연구원으로 보임했는데, 외형상으론 군인으로서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군 검찰이 자동전역 조항을 알고도 공소를 제기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국방부에서 의도적으로 전역을 늦췄다는 주장과 군검찰의 기소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이유를 밝혔다.

다만 “추후 재판 과정에서 필요가 있다면 공소 제기에 대한 위법성을 다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장과 변호인단은 군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장 측 변호인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평소 친분관계가 있던 A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는 과정에서, A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스스로 ‘이자를 더 주겠다’고 한 것일 뿐 피고인이 요청한 것이 아니다”며 “받았다는 향응 부분도 인간적인 관계로 함께 식사를 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쓴 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당시 지휘업무를 주로 했는데, 고철 관련 군 사업을 한 A씨와 업무 관련성도 없다”며 “청탁을 받고 인사에 개입했다는 혐의도 부하직원의 고충 민원을 들어줬을 뿐인데 과장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장이 신청한 보석심문도 진행했다. 박 전 대장 측 변호인은 “그동안의 과정을 고려하면 군 검찰, 군사법원이 아닌 정상적인 민간법원이었다면 이런 혐의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을지도 의심스럽다”며 보석을 주장했다.

박 전 대장은 “국방부가 전역을 막으면서 현역 신분의 대장을 포승줄 묶어 대중 앞에 세운 것은 상징적 의미를 위해서였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지난 수개월간 헌병대 지하영창에 있으면서 대한민국에 있는 것인지, 적국에 포로로 잡힌 것인지 혼란스러웠고, 극심한 굴욕감을 느꼈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보석 신청을 기각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종합해 조만간 보석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음 재판은 이달 26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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