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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전대협 ‘남북 공동오륜 쟁취투쟁’ 기억하는가?

j.and.h 2018. 1. 31. 17:13

1988! 전대협 ‘남북 공동오륜 쟁취투쟁’ 기억하는가?

 

30년 전 '분단 올림픽' 반대 외쳤던 고려대 교정에 '공동올림픽 반대' 대자보
아직도 북한 지령을 수행하는 '전대협 청와대'에 뉴 2030이 '세대 연대'로 반기


[칼럼] 최영재 본보 편집국장



정확히 30년 전 일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그 해 여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민주광장. 낮 12시 30분 무렵 교내방송국 스피커를 통해 당시 올림픽 주제가였던 그룹 ‘코리아나’의 ‘핸드 인 핸드’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하늘 높이 솟는 불, 우리들 가슴 고동치게 하네∼

그러자 당시 2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장 오영식 고려대 총학생회장) 본부가 있었던 고려대 총학생회실이 발칵 뒤집혔다. 당시 고려대를 중심으로 한 전대협은 서울 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를 주장하며 전국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 때 전대협의 투쟁구호가 ‘분단 올림픽 반대’, ‘공동올림픽 쟁취’였다.

방송이 나간 직후 교내 방송국에는 운동권 학생들이 던진 돌이 날아들어 유리창이 깨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주최하지 못하고 북한이 참가하지 못하는 올림픽인데 어떻게 ‘핸드 인 핸드’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30년 전의 전대협은 같은 대학생이 제작한 교내 방송국의 음악 방송조차도 자신들의 투쟁구호와 맞지 않으면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전대협이 이런 투쟁을 벌인 데는 북한의 지침이 있었다.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 북한은 70년 동안 줄기차게 한국을 붕괴시키려고 공작을 벌여왔다. 88서울 올릭픽 때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당시 서울올림픽을 “두개 조선정책의 또 하나의 다른 표현”이라며 “남북한 교차승인을 실현하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북한은 동구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집요하게 서울올림픽 반대운동을 벌였다. 특히 동구권의 맹주 역할을 하던 당시 소련과 중국에 대한 설득작업도 간절했다. 그러나 1985년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회주의국가 체육장관 13명이 모여 서울올림픽 참가는 각국 사정에 맡기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반대운동이 좌절되자 북한은 뜬금없이 ‘공동 개최론’을 들고 나왔다. 대회 명칭을 평양-서울 올림픽으로 하자는 주장도 했고, 한국에는 에이즈(AIDS) 환자가 60만 명에 이른다고 방해선전도 했다. 급기야 북한은 테러분위기를 조성해 서울 올림픽을 막아보려고 김현희를 동원해 KAL858기를 폭파했다.

이런 북한의 행동을 그대로 받아서 실행한 그룹이 바로 현재 청와대를 장악한 전대협이다. 전대협 3기 의장이 현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석씨니 30년 만에 전대협 핵심멤버들이 청와대를 장악한 셈이다. 30년 전후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공동올림픽’의 ‘공동’이 ‘평화올림픽’의 ‘평화’로 달라진 것밖에 없다. 실행부대는 여전히 전대협이다. 문재인 정부가 벌이는 평화올림픽 사업은 이렇게 족보를 더듬어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30년 전의 전대협이 이제 와서 못다 이룬 한을 푸는 셈이다.

북한은 88올림픽의 성공개최로 한국에 밀린 국제적 위상을 만회하려고 이듬해인 1989년, 평양에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벌인다. 이 평양축전의 흥행에 결정적 도움을 준 이가 바로 당시 3기 전대협 의장이자 현재 청와대 비서실장인 임종석씨다. 임종석 전대협은 평양 축전에 참가하려고 전 조직을 동원해 평양축전 참가 투쟁을 벌였다.

임종석씨는 당시 임수경씨를 밀입북시켜 평양축전에 참가시켜 국제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만들었다. 임수경이 아니었다면 평양축전은 흥행에 실패했을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전대협은 북한의 올림픽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북한 당국과 전대협 청와대가 어떻게 협의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구도는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의 예술단이 와서 화려한 응원 속에 남북이 하나되는 평화올림픽을 외친다. 이 ‘평화’라는 단어에는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이 묻어있다. 이 슬로건에 한국의 청년학생들이 호응하고 일본 조총련에서 대거 입국한 조선국적 청년들이 함께 어깨를 건다.

북한과 전대협청와대의 이런 구도는 뜻밖에도 한국의 청년학생들에 의해 파탄이 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오늘(31일), 30년 전 전대협의 공동올림픽 쟁취투쟁 본부였던 고려대에 ‘평창 공동올림픽 반대’, ‘태극기 게양운동’을 주장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앞으로 이런 대자보는 고려대뿐만 아니라 서울대, 한국외대 등 전국 17개 대학에서 연쇄적으로 붙을 예정이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현재 SNS 상에서는 2030 청년들이 김정은 사진과 인공기를 찢고 불태우는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전대협 세대의 필독서였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작가 조세희는 젊은 전대협 세대에게 “세대로 연대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70년대 산업화의 그늘을 알고 있는 전대협 세대는 이 주문대로 세대로 연대했다. 그리고는 1987년 6.10 민주화운동을 일으켰고 이후 30년 동안 세상을 바꾸었다. 그 결정체가 문재인 정부다.

2018년의 청년은 1988년의 청년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2018년의 청년은 북한에 집착하지 않는다. 전대협세대처럼 북한의 독재체제를 옹호하지도 미화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2018년의 청년은 전대협세대처럼 획일적이지도 않고 자유롭고 발랄하고 국제감각을 지니고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 전대협이 탄생한지 30년 만에 전혀 다른 청년들이 전대협을 극복하고 있다. 3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청년이 세대로 연대하고 있다. sopulg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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