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
술집·모텔·노래방으로 새는 ‘서울시 청년수당’ 본문
술집·모텔·노래방으로 새는 ‘서울시 청년수당’
조재연 기자 | 2018-02-02 11:53
취준생에 최대 300만원 지급
사용범위 너무 넓어 악용 속출
‘상품권깡’으로 현금화도 가능
서울시 “일부제외 큰문제 없어”
미취업 청년의 구직활동 및 생활안정 지원을 위해 마련된 ‘서울시 청년수당’의 수급자가 올해부터 상·하반기 각각 7000명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만 19∼29세 미취업 청년 5000명을 선정, 하반기에 매달 50만 원씩 6개월간 1인당 최대 300만 원을 지급했다. 청년수당 수급자는 우리은행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금을 인출해 사용해도 내역만 소명하면 된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2016년 도입됐으나 당시 정부와의 갈등 속에 1개월 만에 중단됐고, 정권 교체 이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문제는 청년수당 카드의 사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취업이나 생계 지원 등 원래 취지와 무관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애초 청년수당 수혜자 모집 공고에는 구직활동 직접비(응시료, 학원 수강비 등), 간접비(식비, 교통비 등)를 지원한다고 돼 있지만 취지와 달리 모텔·노래방·주점·당구장 등에서도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심지어 결혼정보업체·대리운전·때밀이·속눈썹 연장 비용을 낼 때도 쓸 수 있다. 서울시가 전체 업종코드 340개 중 특급호텔·총포류 판매업·카지노·안마시술소 등 45개 업종(13%)에만 카드 사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년수당을 받은 취업준비생 이모(30) 씨는 2일 “청년수당으로 PC 게임을 구매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 “나도 수급자지만, 솔직히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한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돈을 뽑아 쓴 뒤 보고서에 사용내역을 첨부하면 되는데,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쓰고 싶은 곳에 썼다”며 “다른 수급자들은 안마방에 가거나 술을 마시는 데까지 쓴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글을 올렸다. 심지어 문화상품권을 구매한 뒤 ‘상품권깡’을 통해 현금화할 경우, 실제 용처를 소명할 필요조차 없어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다.
서울시 측은 일부 악용 사례가 있더라도 제도의 순기능이 더 크다고 일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의로 (악용)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 절실하게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사회적으로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사후 모니터링 결과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지방에 시험을 보러 가 모텔 숙박비를 결제하거나, 음식점의 업종코드가 주점으로 돼 있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중간평가 결과 응답자의 99.94%가 ‘청년수당이 활동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조재연 기자 | 2018-02-02 11:53
취준생에 최대 300만원 지급
사용범위 너무 넓어 악용 속출
‘상품권깡’으로 현금화도 가능
서울시 “일부제외 큰문제 없어”
미취업 청년의 구직활동 및 생활안정 지원을 위해 마련된 ‘서울시 청년수당’의 수급자가 올해부터 상·하반기 각각 7000명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만 19∼29세 미취업 청년 5000명을 선정, 하반기에 매달 50만 원씩 6개월간 1인당 최대 300만 원을 지급했다. 청년수당 수급자는 우리은행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금을 인출해 사용해도 내역만 소명하면 된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2016년 도입됐으나 당시 정부와의 갈등 속에 1개월 만에 중단됐고, 정권 교체 이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문제는 청년수당 카드의 사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취업이나 생계 지원 등 원래 취지와 무관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애초 청년수당 수혜자 모집 공고에는 구직활동 직접비(응시료, 학원 수강비 등), 간접비(식비, 교통비 등)를 지원한다고 돼 있지만 취지와 달리 모텔·노래방·주점·당구장 등에서도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심지어 결혼정보업체·대리운전·때밀이·속눈썹 연장 비용을 낼 때도 쓸 수 있다. 서울시가 전체 업종코드 340개 중 특급호텔·총포류 판매업·카지노·안마시술소 등 45개 업종(13%)에만 카드 사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년수당을 받은 취업준비생 이모(30) 씨는 2일 “청년수당으로 PC 게임을 구매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 “나도 수급자지만, 솔직히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한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돈을 뽑아 쓴 뒤 보고서에 사용내역을 첨부하면 되는데,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쓰고 싶은 곳에 썼다”며 “다른 수급자들은 안마방에 가거나 술을 마시는 데까지 쓴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글을 올렸다. 심지어 문화상품권을 구매한 뒤 ‘상품권깡’을 통해 현금화할 경우, 실제 용처를 소명할 필요조차 없어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다.
서울시 측은 일부 악용 사례가 있더라도 제도의 순기능이 더 크다고 일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의로 (악용)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 절실하게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사회적으로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사후 모니터링 결과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지방에 시험을 보러 가 모텔 숙박비를 결제하거나, 음식점의 업종코드가 주점으로 돼 있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중간평가 결과 응답자의 99.94%가 ‘청년수당이 활동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역사 > 대한민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철홍 칼럼]새 시대의 도래 알리는 전령 '벌레소년' (0) | 2018.02.05 |
---|---|
[단독]“北 평창참가는 핵 시간벌기용… 南 대화노력만으론 해결 못해” (0) | 2018.02.05 |
[인터뷰] ‘평창유감’ 벌레소년 - “평창유감 인기에 당황…더 잘 만들 걸” (0) | 2018.01.31 |
고려대 평양올림픽 반대 대자보 (0) | 2018.01.31 |
1988! 전대협 ‘남북 공동오륜 쟁취투쟁’ 기억하는가? (0) | 2018.01.31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