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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대통령 탄핵 반란

헌재는 ‘탄핵심판=여론재판’ 법원은 ‘코드’ 점입가경

j.and.h 2018. 1. 24. 16:55
<사설>헌재는 ‘탄핵심판=여론재판’ 법원은 ‘코드’ 점입가경

대한민국 사법(司法)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오직 헌법과 재판관의 양심에 따라 판단을 해야 할 헌재가 ‘여론재판’을 자인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판사 블랙리스트’ 후폭풍에 시달리는 대법원에서는 대법관 13명이 집단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두 기관에서 진행되는 일의 양상은 다르지만, 맥락은 맞닿아 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행정부 및 정치권력 영향권에 있는 각급 기관에서 벌어지는 ‘적폐 청산’ 드라이브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헌재는 최근 창립 30주년을 맞아 펴낸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한민국의 변화’라는 책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해 ‘촛불 집회의 헌법적 완결체’라고 규정하고,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선고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헌법적으로 승화된 결과물이었다”고도 했다. 사실이라면 탄핵 심판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고, 헌재의 존립 근거까지 허무는 일이다. 당시 헌재는 촛불·태극기 집회도, 정치 공방의 영향도 받지 않고 오직 헌법 정신에 따른 결정이라고 강조했었다. 헌재 측은 일단 “민간 용역을 통해 집필했다”며 발뺌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문제의 본질은 헌재의 진정성이다. 당장 관련 책자를 수거해 폐기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며, 국민 앞에 소명하고 사죄해야 한다.

대법원도 23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2015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추가조사위원회’를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등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어느 판사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 시작돼 1년 가까이 사법부를 들쑤신 ‘판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조사 결과 결국 블랙리스트를 찾지 못하자 타깃이 대법관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일부 판사들은 3차 조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특정 세력의 의도, 즉 ‘코드’에 맞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휘젓겠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과는 별개로, 추가조사위가 개봉해 살펴본 파일의 흔적을 없앰으로써 추후 검찰의 위법성 수사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대법원장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의 책임이 막중하다.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코드 성향’ 우려가 제기됐었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쿠데타 시기 등 불가피한 그늘이 있지만, 김병로 대법원장 이후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 묵묵히 역할을 해왔다. ‘재판도 정치’라는 부류에 휘둘려 일부 논란을 침소봉대해 ‘법의 지배’를 훼손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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